홍익대가 축구장 14개 크기(연면적 10만㎡)에 달하는 국내 최대 지하 캠퍼스를 짓는다. 관련 예산만 4410억원으로 1946년 개교한 뒤 최대 프로젝트다. 각종 규제와 주변의 비싼 땅값, 좁은 부지 탓에 캠퍼스 확장이 힘들어지자 지하 공간을 적극 활용해 최대 규모의 지하 캠퍼스를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담장을 허물고 학교 전체를 홍대거리와 연결하는 ‘뉴홍익프로젝트’ 청사진도 내놨다.
이 건물엔 미술관과 도서관, 강의실, 산학협력 기관 등 미술·디자인·건축 분야와 관련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다. 홍익대는 이를 위해 국내외 유명 건축가를 대상으로 건축 설계 공고를 냈고 오는 10월 설계 가안이 나온다. 2025년 착공해 2029년 완공이 목표다. 총사업비로 4410억원이 투입된다.
지하 캠퍼스 조성을 앞두고 다음달 ‘아트앤디자인밸리’가 완공될 예정이다. ‘홍대벽화거리’로 유명했던 골목길 중 학교 쪽 담벼락을 부수고 만들었다. 건물이 성벽처럼 250m 정도 일자로 길게 늘어선 형태다. 10월부터 72개의 디자인 창업 공방, 팝업스토어, 갤러리 등이 들어선다. 지하 캠퍼스 조성 공사 과정에서 아트앤디자인밸리를 지하 공간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필요한 공간이 생겨도 신축 및 증축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서울시가 용적률을 일괄적으로 높여주는 방안을 지난해 말 내놓았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지하층은 개발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현호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장은 “학교 내 50년 이상 된 건물이 14개 동에 달하지만 각종 규제로 리모델링이 여의찮다”며 “지하 캠퍼스 개발 후 노후 건물의 활용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의 비싼 땅값도 캠퍼스 확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홍익대 인근은 대부분이 용적률 200% 이하로 규제받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인 데다 활발한 상권 때문에 땅값이 비싸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땅을 일일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캠퍼스를 확장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홍익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은 지하 캠퍼스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려대는 2002년 국내 최초로 안암캠퍼스에 지하 캠퍼스인 ‘중앙광장’을 조성했다. 2008년엔 이화여대와 서강대가, 2011년엔 한국외국어대 등이 연이어 지하 캠퍼스를 지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이화여대 ECC 역시 각종 규제로 고안해 낸 대안”이라며 “강의실 등 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도 정문에 있는 ‘백양로 지하 캠퍼스’를 통해 지하로 캠퍼스를 확장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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